서울 여의도, 금융의 심장부. 월요일 아침이면 이곳은 늘 전쟁터다. 출근길이든,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순간이든, 사람들은 초 단위로 움직이며 거대한 자본이 오가는 싸움을 이어간다. 그런 여의도의 한 건물, 자신만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강우진은 오늘도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전직 퀀트 트레이더였다. 퀀트 트레이더란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직업인데, 단순한 감이나 직감이 아닌 수학적 계산과 확률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전문가다. 하지만 몇 년 전 회사를 나와 지금은 유튜브에서 투자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채널 **‘강우진의 투자 인사이트’**는 꽤 인기가 있었고, 특히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분석이 주 콘텐츠였다.
존재하지 않는 ETF
그날도 평소처럼 준비된 자료를 점검하던 중, 우진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특정 ETF의 움직임이 너무나 기묘했다.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ETF인데, 엄청난 거래량을 보이고 있었다.
“이게 뭐지?”
그는 즉시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다. ETF 코드 ‘GLF01’.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종목이었다. ETF는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KRX)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에서 상장되며,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어야 하는데, 이건 어떤 공식 자료에도 없었다. 하지만 차트는 분명히 존재했고, 하루 거래량이 무려 1조 원이 넘고 있었다.
이런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즉각 이 내용을 정리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은 조금 이상한 ETF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정체불명의 ETF인데, 거래량이 말도 안 되게 큽니다.”
시청자들의 반응
화면에 차트를 띄우자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 “유령 ETF? 뭐죠?”
- “이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 “불법 거래 아닌가요?”
우진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더욱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 오류가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시장 조작의 흔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움직임
한편, 금융감독원.
이서연 조사관은 내부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ETF GLF01… 존재하지 않는 상품이 어떻게 거래될 수 있지?’
그녀는 금융감독원의 불법 거래 감시 시스템을 통해 이 ETF가 거래된 계좌를 추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래에 연루된 계좌들은 모두 정상적인 투자 계좌로 보였다. 일부는 해외 기관 투자자 계좌였고, 일부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계좌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ETF는 기본적으로 상장되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GLF01은 어떤 거래소에서도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누군가가 거대한 시스템을 이용해 시장을 조작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녀는 즉시 상부에 보고하려 했지만, 내부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 그녀의 상사는 이 사건에 대해 언급조차 꺼려하는 듯했다.
“서연 씨, 이건 그냥 일시적인 데이터 오류일 수도 있어요.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말에 서연은 의문을 가졌다. 금융감독원은 시장 감시 기관인데, 왜 이렇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익명의 메시지
그날 밤, 우진의 이메일로 익명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내일 밤 11시, 여의도 IFC몰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자.”
우진은 한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거… 재밌어지겠는데?”
그는 그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읽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 ETF는 무엇이고, 누가 이를 조작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용어 설명]
- ETF(상장지수펀드): 주가지수, 원자재, 채권 등 특정 자산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펀드로,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금융상품.
- 퀀트 트레이더: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투자 전략을 세우는 전문가.
- 거래량: 특정 종목이 하루 동안 얼마나 거래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 금융감독원: 금융 시장을 감시하고 불법적인 거래를 적발하는 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