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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선택의 순간

by creator4770 2025. 2. 22.

밀실의 긴장감

강우진과 이서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국제 금융센터 23층, 고급 회의실 한복판에서 그들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한도진이 던진 제안, ‘우리와 함께하라’는 말이 공기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뒤로 서 있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은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의 차가운 시선은 이미 선택지를 정해놓고 있는 듯했다.

우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우리가 거절한다면?”

한도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는 오늘부로 쓸모없어질 겁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사라지겠죠.”

서연이 손을 꽉 쥐었다. “당신들은 금융 시장을 조작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있어요.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시장 자체를 조작하고 있다고요.”

한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문제 삼을까요? 금융 시장이란 결국 힘이 있는 자들이 움직이는 곳입니다. 지금 우리가 잡고 있는 이 ETF 조작 기술은 미래 금융의 핵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그 흐름을 목격한 몇 안 되는 행운아죠.”

예상치 못한 기회

우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한도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가 당신들과 협력한다면, 어떤 역할을 하게 되죠?”

한도진은 손가락을 마주 대며 말했다. “강우진 씨, 당신은 뛰어난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죠. 우리 시스템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겁니다. 당신의 퀀트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는 시선을 서연에게 돌렸다. “그리고 이서연 씨,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일하는 당신의 정보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와 협력한다면, 당신은 훨씬 더 큰 그림을 보게 될 거예요.”

서연은 이를 악물었다. “이건 단순한 협력이 아니죠. 결국 불법적인 금융 조작을 도와달라는 뜻이잖아요.”

한도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합니다. 하지만 선택은 당신들의 몫이죠. 계속해서 도망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우리와 함께하며 안전과 부를 보장받을 것인지.”

반격의 기회

우진은 미묘한 시선을 서연에게 보냈다. 단순한 금융 스캔들이 아니라, 이제는 목숨이 걸린 싸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있는 정보가 한도진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이것을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다.

“좋아요.” 우진이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 “우진 씨?”

우진은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당신들과 협력한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시스템의 구조를 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야겠죠.”

한도진은 흥미로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하지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증명을 해야 합니다.”

그는 손짓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태블릿을 가져왔다. “여기 있는 계좌를 조작해서 ETF 흐름을 변경해보세요. 간단한 테스트입니다.”

우진은 태블릿을 받으며, 속으로 빠르게 판단했다. ‘이건 기회다. 이걸 이용해 역으로 정보를 빼낼 수 있어.’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태블릿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숨어있는 복사본

그 순간, 서연은 조용히 손목시계를 조작했다. 그녀의 시계에는 미니 녹음 장치가 내장되어 있었다. 우진과 한도진의 대화가 모두 저장되고 있었다.

‘우진 씨가 시간을 벌고 있어. 난 이걸 이용해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해.’

그녀는 몰래 자신의 노트북을 켜고, 우진이 태블릿을 조작하는 동안 백도어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ETF 시스템 내부로 침투하여 중요한 데이터를 복사하려는 계획이었다.

몇 분 후, 한도진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협력을 시작할 수 있겠군요.”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방금 우진과 서연이 손을 잡고, 금융 역사상 가장 위험한 조작 시스템을 뒤엎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새로운 전쟁의 시작

회의가 끝난 후, 우진과 서연은 한도진의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진 씨, 정말 이들과 손잡을 생각인가요?”

우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리가 없죠. 하지만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먼저 적의 심장부로 들어가야 해요.”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계획대로 움직이는 거죠?”

“그래요. 우린 이 시스템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릴 겁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은 조용히 걸어나갔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용어 설명]

  • 백도어(Backdoor): 시스템의 보안 장벽을 우회하여 몰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비밀 통로.
  • 퀀트(Quant): 금융 공학을 활용해 주식 및 투자 모델을 개발하는 금융 전문가.
  • ETF 흐름 조작: ETF 가격이나 거래 흐름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불법 행위.
  • 녹음 장치: 비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몰래 녹음을 하는 소형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