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속 숨겨진 정보
강우진은 USB를 손에 꼭 쥔 채 한참을 고민했다. 방금 주차장에서 벌어진 총격전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단순한 금융 조사라 생각했던 일이, 이제 목숨이 오가는 위험한 사건으로 변했다.
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잠그고 창문을 확인한 뒤 노트북을 켰다. USB를 꽂자 여러 개의 폴더가 나타났다.
- GLF01_거래내역
- 투자자_리스트
- 암호화된_파일
파일 중 일부는 암호가 걸려 있어 바로 열 수 없었다. 그는 먼저 거래내역 파일을 클릭했다.
데이터는 충격적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ETF, GLF01이 엄청난 거래량을 보이며 수십 개의 계좌를 통해 자금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계좌들은 주로 해외 헤지펀드와 연결되어 있었고, 일부는 익명의 개인 투자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금융 조작이 아니야. 돈세탁일 가능성이 높아.’
우진은 손에 땀이 배는 것을 느꼈다. 만약 이 파일이 사실이라면, 그는 지금 엄청난 금융 범죄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단서
한편, 금융감독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조사 중이던 이서연도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그녀는 몰래 서버 로그를 추적한 끝에 특정 계좌들이 지속적으로 ETF GLF01을 사고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계좌들 중 일부가 국내 정계 인사들과 연결된 펀드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설마… 정치권과 연루된 사건인 건가?’
서연은 즉시 상부에 보고하려 했지만, 무언가 걸렸다. 지난번 보고를 했을 때, 팀장은 오히려 그녀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압박을 가했다. 그녀는 결심했다. 내부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직접 조사해야 했다.
뜻밖의 연락
우진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안,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 번호가 표시되지 않았다.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너무 깊이 들어왔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누구죠?”
“네가 가진 USB, 그것이 네 목숨값이 될 수도 있다.”
우진은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도대체 GLF01이 뭡니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상대는 낮게 속삭였다.
“그건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한 금융 블랙홀이다. 그리고 그 블랙홀을 만든 자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들이란 누구를 말하는 거죠?”
“너도 이미 짐작하고 있지 않나? 곧 너를 찾아갈 테니 조심해라.”
전화가 끊겼다. 우진은 땀을 훔치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가 파고들고 있는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스캔들이 아니었다. 엄청난 세력이 얽혀 있는 거대한 음모였다.
어두운 그림자
그날 밤, 우진의 집 근처에서 검은 세단 한 대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차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목표가 USB를 손에 넣었다.”
“본사에서 직접 회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실수 없이 처리해.”
차는 천천히 우진의 아파트 방향으로 향했다.
그 시각, 우진은 자신의 데이터를 백업하며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USB 속 암호화된 파일을 풀어야 했지만,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창문 너머로 낮은 소음이 들려왔다. 우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건물 앞에서 정체불명의 남성 두 명이 그의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군.’
우진은 서둘러 가방에 USB와 필수 장비들을 챙겼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했다. 집을 떠나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화된 파일을 풀기 위해 프로그램을 돌려두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었다.
우진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제 그는 도망칠 준비를 해야 했다.
[용어 설명]
- 헤지펀드: 고위험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 펀드로, 공매도와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
- 돈세탁: 불법적으로 획득한 자금을 정상적인 금융 거래처럼 보이게 하는 과정.
- 서버 로그: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자의 활동을 기록한 데이터 파일.
- 금융 블랙홀: 공식적인 거래 기록 없이 자금이 흘러가는 비정상적인 금융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