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격
비상 탈출구를 통해 간신히 주차장을 빠져나온 우진, 서연, 그리고 최성진. 그들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등에는 땀이 흥건하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검은 SUV는 여전히 그들의 위치를 추적하며 뒤쫓고 있었다.
서연이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금융감독원 내부의 신뢰할 수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이상해. 전파 방해가 여기도 영향을 미친 건가?”
우진은 깊이 생각했다. “이미 우리 휴대폰 신호까지 추적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지금은 오히려 디지털 흔적을 남기면 안 돼.”
“그럼 어떻게 금융감독원에 증거를 넘겨요?” 최성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옛 친구이자 현재 경제 전문 기자로 활동하는 박민혁을 떠올렸다. “한도진이 금융감독원까지 손을 썼을 가능성이 커. 우리가 직접 증거를 들고 가는 것보다, 언론을 통해 터뜨리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어.”
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라면 경찰과 감독원도 움직이게 만들 수 있겠지. 민혁 씨를 믿을 수 있어요?”
“그렇다기보단, 믿을 수밖에 없어.” 우진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박민혁을 찾아서
세 사람은 허름한 PC방으로 숨어들었다. 휴대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용 컴퓨터를 이용해 민혁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긴급. 네가 좋아할 특종이 있다. 지금 바로 연락 바람.”
몇 분 후, 민혁에게서 답장이 왔다. “홍대 골목길 카페에서 보자.”
우진은 민혁의 선택을 이해했다.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안전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로 향했다.
도중에 최성진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도진이 우리 위치를 알아내면 어쩌죠?”
서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증거를 세상에 공개해야 해. 후퇴는 없어.”
폭로 준비
홍대의 한 작은 카페,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박민혁은 세 사람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심상치 않더라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우진은 USB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여기, 한도진이 조작한 ETF 불법 거래와 돈세탁 증거가 다 들어있어.”
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한도진… 그 인간이 연루됐다고?”
서연이 끼어들었다. “단순히 한도진만이 아니에요. 정치권 고위층과 해외 자금 세탁 조직까지 연결되어 있어요. 이걸 제대로 터뜨리면,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민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좋아. 일단 이 자료부터 백업하고, 내일 아침 메인 기사로 터뜨릴 준비를 할게.”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금융감독원에도 익명으로 동시에 자료를 넘겨야 해. 언론만으로는 부족해.”
서연은 직접 작성한 보고서와 USB의 파일 일부를 정리해 금융감독원 공식 제보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민혁에게도 원본 전체를 건넸다. “이제 두 군데로 터뜨리는 거예요. 한쪽이 막혀도 다른 쪽이 살아있을 수 있게.”
다가오는 그림자
모든 준비를 마친 세 사람은 민혁과 헤어져 카페를 나섰다. 그런데 카페 맞은편에 멈춰선 검은 SUV가 눈에 들어왔다.
서연이 이를 악물었다. “역시 위치를 알아냈군.”
우진은 민혁을 돌아보며 외쳤다. “자료 백업하고 바로 사라져!”
민혁은 재빨리 카페 안으로 뛰어들었고, 우진과 서연, 최성진은 다시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SUV에서 내린 조직원들이 빠르게 그들의 뒤를 쫓아왔다.
기습과 반격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조직원들은 더 이상 경고 없이 바로 공격해왔다. 우진과 서연은 미리 준비해둔 스프레이형 전기 충격기와 소형 연막탄을 꺼내 반격했다.
연막이 퍼지면서 시야가 흐려졌고, 그 틈을 타 세 사람은 또다시 골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한도진 측의 집요한 추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서연이 헐떡이며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언론 양쪽에 다 넘겼으니, 이젠 시간이 문제야.”
우진이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
그때, 서연의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금융감독원 내부 연락망이었다.
“이서연 조사관, 지금 당장 출근하세요. 중요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서연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드디어 금융감독원도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진은 짧게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 싸움, 이제 마지막 라운드야.”
[용어 설명]
- 공용 컴퓨터: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
- 익명 제보: 신원을 밝히지 않고 비밀 정보를 외부 기관에 전달하는 방식.
- 전기 충격기: 비상시 상대방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어 도구.
- 연막탄: 시야를 가려 도주 시간을 벌 수 있는 장비.